요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의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는 조문에 적힌 대중교통수단이나 공연·집회 장소만 뜻하지 않으며, 불특정 다수가 늘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개방된 곳 일반으로 해석됩니다. 대법원은 찜질방 수면실 사건에서 이렇게 해석하면서, 행위 당시 실제로 얼마나 붐볐는지에 따라 이 규정의 적용 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조문에 이름이 없는 장소가 문제 되면 먼저 '누가, 어떤 조건으로 그 장소에 들어올 수 있었는가'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
쟁점
이 글은 찜질방, 대형마트, 건물 엘리베이터, 회사 사무실, 택시처럼 조문에 이름이 직접 나오지 않는 장소에서 생긴 신체접촉 때문에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로 조사를 앞둔 피의자를 위해 썼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피해를 입고 고소를 검토하는 분께도 해당합니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지하철도 버스도 공연장도 아닌데 이곳이 공중밀집장소가 됩니까"라고 묻습니다. 이 글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장소의 종류와 성격을 가르는 기준을 정리합니다.
현장에 사람이 몇 명 있었는지, 즉 실제 밀집도 문제는 다른 글에서 이미 다루었습니다. 이 글은 그와 달리 장소 자체가 어떤 조건으로 이용되는 곳인지를 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적용 조문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장소가 제11조에 해당하면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추행만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해당하지 않으면 제11조로는 처벌할 수 없고, 다른 조문의 요건을 따로 검토하게 됩니다. 법정형은 현행 조문을 기준으로 적었습니다. 이 법률은 법무부 소관 법률이므로, 행위 시점에 시행되던 조문과 개정 경과는 그 누리집의 소관 법령 안내에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피해자 쪽에서도 이 구분은 의미가 있습니다. 고소장이나 진술에 장소를 '사람이 많은 곳'이라고만 적으면, 이후 수사 과정에서 장소의 성격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 장소가 어떤 조건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는지, 당시 영업이나 운행 중이었는지를 함께 적어 두면 적용 조문을 검토하는 데 필요한 사실이 빠지지 않습니다. 피의자 쪽도 장소를 다툰다면, 그 다툼이 사람 수에 관한 것인지 장소의 이용 조건에 관한 것인지를 먼저 정해 두어야 진술이 일관되게 유지됩니다.
판단의 근거
첫째 근거는 조문의 구조입니다.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를 먼저 예로 들고, 이어서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라는 포괄적인 문언을 둡니다. 이런 짜임에서 포괄 문언의 범위는 앞에 든 장소들의 공통된 성질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지하철, 버스, 공연장, 집회 장소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고, 이용자끼리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경우가 많으며, 낯선 사람과 몸이 가까워지는 일이 흔하다는 점입니다. 조문에 없는 장소도 이 성질을 갖추었는지에 따라 포함 여부가 검토됩니다.
둘째 근거는 찜질방 수면실 사건에서 나온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를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서서 실제로 서로 몸이 닿고 있는 곳으로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찜질방처럼 공중의 이용에 늘 제공·개방된 상태에 있는 곳 일반을 뜻한다고 보았습니다. 또 행위자가 밀집한 장소의 특성을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행위 당시의 밀집도나 혼잡도에 따라 적용 여부를 달리 볼 것은 아니라는 취지도 밝혔습니다. 이 판단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사람의 수가 아니라 장소가 공중에게 열려 있는 정도, 즉 개방성입니다.
셋째로 함께 고려되는 것은 형벌 조항의 해석 원칙입니다. 형벌 조항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 넓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적용되므로,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도 열거된 장소와 성질이 비슷한 곳으로 범위가 제한됩니다. 즉 개방성 기준은 범위를 넓히는 근거이면서 동시에 경계를 정하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출입이 특정인에게만 허용되는 곳까지 이 문언에 포함시키려면, 그곳이 열거된 장소와 어떤 점에서 같은 성질을 갖는지에 대한 설명이 따로 필요하게 됩니다.
판결의 원문 표현과 전후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하려면 사법정보공개포털의 판결서 열람 서비스에서 '공중밀집장소', '찜질방' 같은 낱말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요약문만 보면 판단의 조건이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니 원문에서 장소의 운영 형태와 이용 조건이 어떻게 인정되었는지까지 함께 읽어야 합니다.
실무상 의미
개방성 기준을 장소 유형별로 적용하면 검토할 내용이 아래처럼 달라집니다. 이 목록은 판단 결과를 미리 정한 것이 아니라, 유형마다 어느 사실이 쟁점이 되는지 비교하려고 정리한 것입니다. 찜질방 말고는 이 기사에서 유형별 대법원 판단을 확인해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 찜질방·목욕장의 공용 공간: 이용료를 내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으로, 앞서 본 대법원 판단이 직접 다룬 유형입니다. 수면실처럼 조용하고 사람이 적은 구역이라도 개방된 영업 공간이라면 포함 쪽으로 검토됩니다.
- 대형마트·백화점 매장·지하상가: 영업시간에는 출입 조건 없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습니다. 개방성 기준을 적용하면 열거된 장소와 성질이 가까워 포함 쪽으로 검토될 여지가 큰 유형입니다.
- 건물 엘리베이터·계단: 출입 통제 여부에 따라 결론이 갈릴 수 있습니다. 누구나 타는 상가 공용 엘리베이터와 출입증이나 비밀번호가 있어야 들어가는 사무동·공동주택 내부는 개방성의 정도가 다릅니다.
- 회사 사무실·회의실: 대체로 구성원과 허락받은 방문자만 들어옵니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에게 개방된 곳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으며, 관계에 따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같은 다른 조문이 함께 검토됩니다.
- 택시·대리운전 차량: '대중교통수단'에 해당하는지, 승객 한 명이 차량을 단독으로 쓰는 구조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다툼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확정된 기준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 축제·거리 행사장: 행사의 형태에 따라 공연·집회 장소나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의 성격이 함께 검토되며, 출입 통제나 입장권이 있었는지도 확인합니다.
적용 예시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다음은 설명을 위해 가정한 상황이며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상가 건물 1층의 공용 엘리베이터에서 신체접촉이 문제 되었다면, 그 엘리베이터를 상가 손님 누구나 탈 수 있었는지가 먼저 확인됩니다. 같은 건물이라도 위층 사무 공간 전용으로 출입 카드가 있어야 움직이는 엘리베이터였다면, 출입 통제 방식과 당시 탑승자의 신분이 따로 확인 대상이 됩니다. 두 경우 모두 탑승자가 적었다는 사정은 결론을 가르는 사실이 되지 않으며, 엘리베이터의 이용 조건이 검토의 중심이 됩니다.
위 비교에서 보듯 결론을 가르는 것은 장소의 이름이 아니라 이용 조건입니다. 그러므로 조사나 상담 전에는 입장 조건(요금, 회원 가입, 출입증, 초대 여부), 당시 영업 중이었는지, 행위가 일어난 지점이 공용 구역인지 전용 구역인지, 그리고 이를 보여 줄 수 있는 자료(영수증, 출입 기록, 운영 안내문, 현장 사진)를 정리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정리하면 장소의 성격에 관한 주장이 막연한 인상에 그치지 않고 확인할 수 있는 사실에 기대게 됩니다.
유의점
첫째, 개방성은 건물 전체가 아니라 행위가 일어난 지점과 시간을 기준으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같은 매장이라도 영업이 끝난 뒤의 매장이나 직원만 드나드는 창고·탈의 공간은 영업 중인 판매 공간과 평가가 다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이 적은 시간대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개방된 장소라는 성격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앞서 본 판단의 취지입니다. 그러므로 '한산했다'는 주장과 '개방되지 않은 곳이었다'는 주장은 서로 다른 쟁점으로 나누어 준비해야 합니다.
둘째, 장소가 공중밀집장소가 아니라고 해서 곧바로 처벌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인정되면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이 검토됩니다. 갑작스러운 신체접촉 자체를 폭행으로 보는 기습추행 법리도 있습니다. 강제추행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제11조보다 무겁습니다. 장소의 성격만 다투는 전략은 사건 전체에서 어느 조문이 문제 될지 함께 따져 본 뒤에 정해야 합니다.
셋째, 피해자 쪽에서는 장소가 공중밀집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오더라도 그것이 피해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 두어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다른 조문의 요건에 맞추어 사실관계를 다시 정리하게 되므로, 접촉 직전과 직후의 상황, 상대방과의 관계,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 등을 함께 기록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넷째, 판례가 보여 주는 것은 그 사건의 사실관계에 기준을 적용한 결과입니다. 비슷해 보이는 장소라도 운영 방식이 다르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앞서 소개한 판결서 열람 경로로 최근 판단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정리한 것이며 특정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거나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건은 수사 기록과 증거를 직접 검토할 수 있는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