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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밀집장소추행

지하철 추행 혐의에서 피해자와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공중밀집장소추행과 강제추행에서 합의가 작용하는 범위 비교

요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1조의 공중밀집장소추행죄와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는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니므로,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도 그것만으로 수사나 재판이 끝나지 않습니다. 두 죄에서 합의는 검사의 처분과 법원의 형 결정에 고려되는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다만 두 죄는 법정형의 폭이 다르므로, 같은 합의라도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쟁점

이 글은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생긴 신체접촉 때문에 입건된 피의자와 그 가족, 그리고 같은 상황에서 합의 제안을 받은 피해자를 위해 정리했습니다. 이런 사건의 당사자들은 대개 첫 경찰 조사를 마친 뒤 "피해자와 합의하면 사건이 종결되는가"를 먼저 묻습니다. 사건이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다뤄질지 강제추행으로 다뤄질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단계라면 "죄명에 따라 합의의 의미가 달라지는가"도 함께 궁금해합니다.

설명을 위해 가상의 상황을 하나 정해 두겠습니다. 출근 시간대 객차에서 피해자가 신체접촉을 문제 삼아 신고했고, 피의자는 현장에서 경찰에 인계된 뒤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후 피의자 측이 변호인을 통해 사과와 합의 의사를 전했고, 피해자는 처벌불원서를 써 줄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글은 이처럼 합의가 가까워진 단계에서 그 합의가 어디까지 효력을 갖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 글이 다루는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두 죄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절차를 끝내는 효력을 갖는지입니다. 둘째, 그런 효력이 없다면 합의가 어떤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고, 적용 조문에 따라 그 반영 범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입니다.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를 가리는 기준이나 증거 확보 방법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으며, 합의가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범위를 한정합니다.

판단의 근거

과거에는 형법상 강제추행죄 등 일부 성범죄가 친고죄였기 때문에, 고소가 취소되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12월 법 개정으로 형법 제306조와 성폭력처벌법의 친고죄 규정이 삭제되었고, 이 개정은 2013년 6월 19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따라서 그 이후에 일어난 강제추행과 공중밀집장소추행은 피해자의 고소가 없거나 고소가 취소되더라도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두 죄는 반의사불벌죄도 아닙니다. 형법상 폭행죄처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는 처벌불원 의사가 확인되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로 절차가 끝납니다. 반면 공중밀집장소추행과 강제추행에는 이런 규정이 없으므로, 처벌불원서가 제출되어도 법원은 유죄 여부와 형을 그대로 판단합니다. 결국 합의는 절차를 끝내는 사유가 아니라 처분과 형을 정할 때 참작되는 사유가 됩니다.

당사자가 이 부분을 확인하는 순서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먼저 조사 과정에서 고지받은 혐의 조문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다음으로 문제된 행위가 언제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혐의 조문이 성폭력처벌법 제11조나 형법 제298조이고 행위 시점이 친고죄 폐지 이후라면, 고소 취소나 처벌불원서 제출은 절차를 끝내는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수사 도중 혐의 조문이 바뀌는 경우도 있으므로, 합의를 논의하는 동안에도 사건이 어느 조문으로 진행되는지 계속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합의가 반영되는 법적 통로는 두 가지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7조에 따라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는데(기소유예), 형법 제51조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와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양형 조건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도 형을 정할 때 같은 조항에 따라 피해 회복과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고려합니다. 검찰의 처분과 관련된 공개 자료나 범죄 통계는 대검찰청 누리집에서, 판결서와 사법통계는 사법정보공개포털에서 공개된 범위 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두 죄에서 합의가 차지하는 위치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근거 조문: 공중밀집장소추행은 성폭력처벌법 제11조이고, 강제추행은 형법 제298조입니다.
  • 법정형: 공중밀집장소추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 친고죄 여부: 두 죄 모두 2013년 6월 19일 이후 행위부터는 친고죄가 아닙니다.
  • 반의사불벌죄 여부: 두 죄 모두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처벌불원 의사가 있어도 공소기각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 합의의 기능: 두 죄 모두 기소유예 판단과 법원의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실무상 의미

합의가 사건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시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소가 제기되기 전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검사가 기소유예를 검토할 때 그 사정이 함께 고려될 수 있습니다. 기소유예는 유죄판결이 아니므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의 확정을 전제로 하는 성폭력처벌법상 신상정보 등록 대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소유예 여부는 범행 경위, 접촉의 정도, 전력 등을 종합해 검사가 정하는 것이며, 합의가 있다고 해서 기소유예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공소가 제기된 뒤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 합의는 법원이 형을 정할 때 고려하는 사정이 됩니다. 이때는 이미 유죄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합의만으로 유죄판결에 따르는 부수처분까지 피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벌금형으로 끝나더라도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여부를 판단하는 전제가 갖추어지므로, 기소 전 합의와 벌금형의 차이는 금액보다 이 점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앞의 가상 상황에 대입하면 판단 순서가 분명해집니다.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써 주더라도 경찰이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면 사건은 검사에게 넘어가고, 처벌불원서는 기소 여부를 정하는 자료 가운데 하나로 쓰입니다.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기로 하면 같은 서류가 이번에는 법원의 양형 자료로 쓰입니다. 같은 서류가 단계마다 다른 판단의 재료가 될 뿐, 어느 단계에서도 그 자체로 절차를 끝내지는 않습니다.

죄명의 차이도 합의의 의미에 영향을 줍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은 징역형의 상한이 3년이고, 강제추행은 10년입니다. 따라서 같은 합의가 있더라도 법원이 형을 정하는 출발점과 폭이 다릅니다. 반대로 벌금형의 상한은 공중밀집장소추행이 3천만 원으로 강제추행보다 높게 정해져 있으므로, "공중밀집장소추행이면 모든 면에서 가벼운 조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형사공탁을 검토하기도 합니다. 2022년 12월 9일부터 시행된 공탁법 개정으로, 피의자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더라도 사건번호 등을 기재해 공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공탁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와는 다른 사정이며, 법원이 공탁 사실을 양형에 반영할 때 피해자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공탁을 하더라도 그 공탁이 합의와 같은 무게로 평가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유의점

피의자 측이 합의를 준비할 때 확인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피해자의 연락처를 알려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보통 변호인을 통해 합의 의사를 전달합니다.
  • 피해자에게 직접 반복해서 연락하거나 피해자의 생활 공간에 찾아가면 그 행위 자체가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합의서에는 합의금과 지급 방법, 처벌불원 의사가 담겼는지, 민사상 청구에 관한 내용을 어떻게 정했는지를 각각 분명히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사건이 진행 중인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되어야 처분이나 양형에서 고려됩니다.

합의서를 제출한 뒤에는 그 서류가 사건 기록에 실제로 편철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다시 법원으로 넘어가는 동안 제출처가 바뀌므로, 제출하는 시점에 사건이 어느 기관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합의가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에서 나온 것인지가 다투어질 수도 있으므로, 합의에 이른 경위와 주고받은 연락을 정리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피해자가 알아 둘 점도 있습니다. 피해자는 합의 제안에 응할 의무가 없으며,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불원 문구를 넣을지는 따로 정할 수 있습니다. 합의를 해도 사건 자체는 계속 진행되므로, 피해자로서 진술하거나 의견을 낼 기회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합의금을 받는 것과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므로, 서명하기 전에 문구를 하나씩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용 시점도 확인해야 합니다. 친고죄 폐지는 2013년 6월 19일 이후의 행위에 적용되므로, 그 이전 행위에서는 고소 취소의 효과가 다르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의 법정형도 2020년 개정으로 상향되었으므로, 개정 전에 일어난 행위에는 행위 당시의 법정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법령에 근거한 일반 정보이며, 실제 사건에서는 적용 조문과 진행 단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대응은 변호인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