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의 허위영상물 조항은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등'을 그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편집·합성·가공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그래서 실존 인물이 전혀 개입하지 않은 순수 생성 이미지는 이 조항이 직접 겨냥하는 대상에서 벗어난다고 해석됩니다. 다만 등장인물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으면 실존 여부와 관계없이 아청법상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검토되고, 성인으로 보이는 가상 인물이라도 음란한 화상을 정보통신망에 공개하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문제됩니다.
쟁점
생성형 이미지 도구가 널리 쓰이면서 "특정인의 사진을 넣지 않고 문장만 입력해 만든 이미지이므로 피해자가 없다"는 주장이 자주 나옵니다. 지금까지 나온 딥페이크 관련 설명은 대부분 실존 인물의 얼굴을 다른 신체에 합성하는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이 글은 그와 달리 출발점에 실존 인물이 없거나 불분명한 경우를 다룹니다. 이런 이미지를 만들거나 올렸을 때 어느 조문이 검토되는지를 정리합니다. 대상 독자는 생성형 이미지 도구 이용자, 커뮤니티·게시판 운영자, 자신과 닮은 생성 이미지를 발견해 신고를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쟁점은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제14조의2가 요구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등'과 '대상자의 의사'라는 요건이 순수 생성물에서도 충족될 수 있는지입니다. 둘째는 아청법의 정의 규정이 실존하지 않는 인물의 표현물까지 포함하는지입니다. 셋째는 실존 인물도 아니고 미성년자로 보이지도 않는 성인 가상 인물의 성적 이미지에 남는 규율이 무엇인지입니다. 세 쟁점은 서로 다른 조문에 걸려 있으므로, 하나의 이미지라도 어떤 자료로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따라 검토 경로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문장만 입력해 가상의 성인 인물 이미지를 만든 경우와, 같은 도구에 지인의 사진을 함께 올려 비슷한 이미지를 만든 경우는 결과물이 닮아 보여도 법적 평가가 다릅니다. 앞의 경우에는 의사를 확인할 대상자가 없고, 뒤의 경우에는 사진 속 지인이 대상자가 됩니다. 반대로 문장만 입력했더라도 교복이나 체구 묘사 때문에 미성년자로 보이는 결과물이 나왔다면, 실존 인물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검토가 끝나지 않습니다. 같은 도구로 만든 비슷한 형태의 이미지라도 입력 자료와 표현 내용에 따라 검토할 법률이 갈린다는 점이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판단의 근거
현행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 제1항은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영상물 또는 음성물을, 영상물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한 자를 처벌합니다. 2024년 10월 16일 시행된 개정으로 '반포등을 할 목적'이라는 요건이 빠졌습니다. 같은 개정에서 허위영상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제4항이 새로 생겼습니다. 이 조문은 의사를 물을 수 있는 '대상자', 그리고 그 사람을 담은 원래 자료가 있어야 성립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특정할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는 이미지는 문언상 이 조항의 중심 대상에서 벗어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요건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 요건은 동의 여부를 따질 수 있는 특정인이 있음을 전제로 하므로, 얼굴과 신체가 모두 생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인물에 대해서는 그 의사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반면 원본 사진의 일부라도 결과물의 재료로 쓰였다면, 사진 속 사람이 편집·합성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곧 이 요건을 채우는 근거가 됩니다. 따라서 판단 기준은 결과물이 얼마나 사실적인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의 영상물을 재료로 삼았는지에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성적 행위 등을 하는 내용을 표현한 화상·영상 등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표현물'이라는 문언은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이 촬영되지 않은 그림이나 합성·생성 이미지도 포함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같은 법 제11조 제1항은 제작을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정하고 있고, 제11조 제5항은 구입·소지·시청을 1년 이상의 징역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명백하게'라는 한정어가 붙어 있으므로, 개별 이미지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표현 전체를 두고 법원이 판단할 사항입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제1항 제1호는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유통을 금지합니다. 위반자는 같은 법 제7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 조항은 배포나 공공연한 전시를 처벌하는 것이고 혼자 생성하거나 보관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또 '음란'이라는 별도의 문턱을 넘어야 적용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생성 방식별 검토 경로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실존 인물 사진을 입력해 합성·가공한 경우: 제14조의2의 대상자와 원래 영상물이 분명하므로 제작, 반포, 소지·시청 모두 이 조항이 우선 검토됩니다.
- 특정인을 재현하도록 그 사람의 사진으로 학습시킨 모델을 쓰고 결과물이 그 사람으로 식별되는 경우: 학습에 쓴 사진을 '영상물등'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해석상 쟁점입니다. 이 유형에 관해 확인된 판단은 이 글에서 제시하지 않습니다.
- 실존 인물 개입이 없고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경우: 아청법상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검토되며, 제작뿐 아니라 소지·시청도 처벌 대상입니다.
- 실존 인물 개입이 없고 성인으로 보이며 음란한 이미지를 공개 게시한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과 제74조가 검토됩니다.
- 실존 인물 개입이 없고 성인으로 보이며 개인적으로 보관만 하는 경우: 위 형사 조항들을 적용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해석됩니다.
실무상 의미
이 구분에 따르면 수사나 신고 단계에서 적용 조문을 가르는 것은 결과물의 인상보다 생성 과정의 기록입니다. 원본 사진을 입력했는지, 특정인의 사진으로 별도 학습 자료를 만들었는지, 입력 문장에 실존 인물의 이름이나 신상이 들어갔는지, 결과물이 특정인으로 식별되는지가 핵심 확인 사항이 됩니다. 이용자가 "가상 인물"이라고 설명하더라도 기기나 계정에 특정인의 사진 묶음이나 인물 전용 학습 파일이 남아 있다면, 제14조의2 검토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확인 절차는 순서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생성 도구의 작업 기록에서 이미지 입력 여부를 확인하고, 다음으로 입력 문장에 실존 인물의 이름·별명·소속이 들어갔는지 살핍니다. 그다음 결과물의 외모·복장·배경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여지가 있는지 보고, 마지막으로 게시 여부와 게시 범위를 확인합니다. 앞 단계에서 확인되는 사정은 제작·보관 단계부터 문제될 수 있는 조문과 연결되므로, 이 순서로 점검하면 검토 누락을 줄일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운영자에게는 '실존 인물 아님' 또는 '성인 설정'이라는 표기만으로 게시를 허용하는 방식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아청법의 정의는 표기된 설정보다 표현된 외모·신체·복장·상황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되는지에 초점을 두기 때문입니다. 소지·시청까지 처벌되는 영역이므로, 게시물이 남아 있는 동안 내려받은 이용자에게도 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자신과 닮은 생성 이미지를 발견한 사람이라면 '닮았다'는 인상만으로는 제14조의2의 대상자임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얼굴의 특징적 요소, 게시물에 붙은 이름·계정·직장 같은 식별 정보, 게시자가 원본 사진을 언급한 대화 등 식별 가능성을 보여 주는 자료를 삭제 요청 전에 화면과 주소째로 남겨 두면, 이후 적용 조문을 판단하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유의점
이 글은 조문의 문언과 구조에 따른 해석을 정리한 것입니다. 실존 인물이 개입하지 않은 생성 이미지에 관한 확정 판결을 소개하는 글이 아닙니다. 특히 특정인을 재현하도록 학습시킨 모델을 쓴 사례는 판례가 쌓여 가는 영역입니다. 관련 판결이 공개되었는지는 사법정보공개포털에서 판결서 공개 범위 안에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개별 사건에서는 생성 경위와 증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청법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이용자가 붙인 나이 설정이나 '성인'이라는 설명은 여러 사정 가운데 하나에 그칩니다. 법문이 기준으로 삼는 것은 표현물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지이므로, 설정과 실제 표현이 어긋나면 표현 쪽이 판단의 중심이 됩니다. 반대로 '명백하게'라는 문턱이 있으므로 외모가 어려 보인다는 인상만으로 곧바로 성착취물로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운영자와 이용자는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기보다, 판단이 갈릴 수 있는 게시물을 처음부터 올리지 않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적용 시점도 따로 살펴야 합니다. 형벌 조문은 원칙적으로 행위 당시의 법이 적용되므로, 2024년 10월 16일 전에 있었던 제작이나 반포에는 반포 목적 요건이 있던 개정 전 제14조의2가 적용되고, 소지·시청 처벌은 그날 이후의 행위에만 적용됩니다. 형사 조항이 적용되기 어려운 경우라도 특정인을 떠올리게 하는 성적 이미지는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한 민사상 청구가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곧 법적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