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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녹화 뒤에도 피해아동 반대신문은 원칙적으로 필요 — 증거보전으로 앞당기는 방법

요지: 수사 단계에서 녹화한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 영상은 원칙적으로 피고인 측이 증거보전기일이나 공판에서 피해자를 직접 신문할 기회를 가졌을 때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상녹화를 마쳤다고 해서 법정 증언이 당연히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신문을 공판 전 증거보전 절차로 앞당기거나 중계장치 같은 보호조치 아래에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출석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녹화 당시 특별히 믿을 수 있는 상태였음이 증명되면 반대신문 없이도 증거가 됩니다.

쟁점: 영상녹화 진술 뒤에도 법정 증언이 필요한 이유

초등학생 자녀가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뒤 경찰 조사에서 진술 과정을 영상으로 녹화한 보호자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보호자는 조사를 마치며 「아이가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하지 않도록 녹화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기소된 뒤 아이가 증인으로 출석해야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녹화가 무슨 소용이었는지 묻게 됩니다.

보호자에게 중요한 것은 녹화한 영상이 재판에서 어떻게 쓰이는지입니다. 예전에는 영상만으로 증거가 되었지만, 지금은 원칙적으로 피고인 측에 반대신문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제도 변화의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종전에는 조사 과정에 동석한 신뢰관계인이나 진술조력인이 법정에서 영상의 내용이 실제 진술과 같다고 확인하기만 하면 피해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있었습니다. 2021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 가운데 19세 미만 피해자 부분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위헌으로 결정했습니다. 그 뒤 2023년 법 개정으로 피해자 보호와 피고인의 방어권을 함께 고려한 새 규정이 마련되었고, 이 개정 규정은 2023년 10월 12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여기서 먼저 구분할 점은 녹화를 할지 정하는 주체와 녹화물을 증거로 쓸지 정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녹화는 수사기관이 법률에 따라 진행하지만, 그 영상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는 재판부가 판단합니다. 또한 피고인 측이 영상을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할 수 있습니다. 이때 법원이 진정한 것으로 인정하면 영상이 증거가 되어 아이가 출석하지 않아도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아이의 출석 여부는 피고인 측이 영상 속 진술을 다투는지에 크게 좌우됩니다.

판단의 근거: 개정 조문이 정한 두 갈래

현행 기준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있으며, 이 법의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법령명으로 찾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법 제30조는 19세 미만 피해자 등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영상녹화장치로 녹화하고 보존하도록 수사기관에 의무를 지웁니다. 그리고 개정으로 신설된 제30조의2는 같은 법 제30조 제4항부터 제6항까지 정한 녹화 절차와 방식을 지켜 녹화된 것을 전제로, 그 영상에 담긴 진술을 다음 두 경우에 증거로 쓸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갈래는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된 경우입니다. 증거보전기일,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의자·피고인 측(변호인 포함)이 영상 속 진술 내용에 대해 피해자를 신문할 수 있었다면 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증거보전기일에 신문한 경우에는 법원이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된 상태에서 반대신문이 이루어졌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둘째 갈래는 피해자가 사망, 외국 거주, 신체적·정신적 질병이나 장애, 소재불명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로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영상 속 진술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두 갈래를 앞의 사례에 적용해 보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고 영상 증거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첫째 갈래에 따라 어느 단계에서든 피고인 측이 아이를 신문할 기회를 가져야 녹화물이 증거가 됩니다. 반면 둘째 갈래는 출석할 수 없는 사유가 실제로 있어야 하고, 그 증명 책임은 녹화물을 증거로 내는 쪽에 있습니다. 아이가 심리적으로 힘들어한다는 사정이 곧바로 출석 불능 사유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해당 여부는 재판부가 구체적 사정을 보고 판단합니다.

특별한 신빙성 여부는 법원이 녹화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이 때문에 정해진 절차와 방식에 따라 조사 과정을 녹화하도록 한 규정은 단순한 기록 의무가 아니라, 녹화물이 증거가 되기 위한 전제 요건이자 나중에 증거능력을 다툴 때 판단 자료가 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실무상 의미: 신문을 앞당기고 보호조치를 활용하는 방법

보호자가 알아 둘 점은 피고인 측이 영상 속 진술을 다투면 녹화 뒤에도 추가 신문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 추가 진술을 언제, 어떤 환경에서 하느냐는 조정할 수 있습니다. 같은 법 제41조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 경찰이 피해자의 공판기일 출석·증언이 현저히 곤란한 사정을 소명해 검사에게 증거보전 청구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19세 미만 피해자 등은 이러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또한 19세 미만 피해자 등이나 법정대리인이 요청하면 검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거보전을 청구하여야 합니다.

증거보전은 대체로 다음 순서로 진행됩니다.

  •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담당 검사에게 증거보전 청구를 요청합니다.
  • 검사가 관할 법원 판사에게 증거보전을 청구합니다.
  • 증거보전기일에 판사 앞에서 피의자·피고인 측(변호인 포함)이 피해자를 신문합니다.

증거보전이 이루어지면 정식 공판이 열리기 전 비교적 이른 시점에 판사 앞에서 피고인 측 신문을 마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진술을 마무리하고, 재판이 길어져도 아이가 다시 불려 나갈 가능성을 줄인다는 데 실무상 의미가 있습니다.

증거보전을 검토할 때의 판단 기준은 대체로 피의자가 혐의를 다투고 있는지, 기소와 공판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지, 아이의 나이와 상태로 보아 기억 유지나 반복 진술 부담이 우려되는지입니다. 피의자가 수사 초기부터 부인하고 있다면 공판에서 아이를 신문하려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증거보전을 이른 시점에 상의할 실익이 큽니다. 반대로 피의자가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영상 증거에 동의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서둘러 신문 절차를 잡기보다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판단이 가능합니다. 다만 공판에서 입장이 바뀔 수 있으므로, 미룰지는 담당 검사와 상의해 정합니다.

법정 진술이 필요하더라도 같은 법은 여러 보호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피고인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도록 비디오 등 중계장치로 증인신문을 할 수 있고,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이 동석하거나 진술조력인이 의사소통을 도울 수 있습니다. 피해자를 위한 변호사 선임 특례도 규정되어 있습니다. 보호자는 아래 사항을 미리 정리해 두면 담당 검사나 피해자 변호사와 상의할 때 도움이 됩니다.

  • 영상녹화 조사를 받은 날짜와 수사기관, 동석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기록해 둡니다.
  • 증거보전 청구를 요청할지, 요청한다면 어느 시점이 적절한지 담당 검사에게 문의합니다.
  • 법정 진술이 필요할 경우 중계장치 신문과 신뢰관계인 동석을 원한다는 뜻을 미리 전달합니다.
  • 아이의 의사소통 특성이나 심리 상태를 고려해 진술조력인 참여가 필요한지 확인합니다.
  • 피해자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는지, 선임되지 않았다면 지원 여부를 확인합니다.

유의점: 적용 범위와 개별 사건에서 확인할 사항

이 특례는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로서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전달할 능력이 미약한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아동학대 등 다른 범죄의 피해 아동은 해당 법률이 이 규정을 준용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건의 죄명에 맞는 법률 조문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녹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녹화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법정대리인과 가해자의 관계에 따라 법률이 정한 예외에 해당하면 그 거부 의사만으로 녹화가 배제되지 않으므로, 예외의 범위는 현행 제30조 원문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확인 절차로는 먼저 수사기관이나 검사에게 사건이 어떤 죄명으로 진행되는지 묻고, 그 죄명이 이 특례법의 적용 대상인지 살펴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하나의 사건에 여러 죄명이 함께 적용되는 경우에는 죄명마다 근거 법률이 다를 수 있으므로, 영상녹화물의 증거 사용 요건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녹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그 사실이 이후 재판에서 아이의 진술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미리 상의하면 대응 시점을 정하기 쉽습니다.

적용 시점도 살펴야 합니다. 개정 규정이 시행되기 전에 녹화가 이루어졌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던 사건에는 부칙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다른 규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제도 안내는 법무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는 담당 검사에게 사건에 적용되는 규정과 함께 증거보전 요청 시점, 법정 진술 방식을 문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