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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회사가 성희롱 신고에 "형사 수사 결과가 나오면 징계하겠다"며 조사와 보호 조치를 미룰 때, 피해자는 무엇을 요구할 수 있나요?

요지 직장 내 성희롱 신고와 형사 고소가 함께 진행되고 있어도, 사업주가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사내 조사와 피해자 보호 조치를 멈추는 것은 법이 정한 의무 발생 시점과 맞지 않습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은 조사 의무를 신고 접수나 인지 시점에, 징계 등 조치 의무를 성희롱 사실이 확인된 시점에 연결하고 있으며, 형사 절차가 끝나야 한다는 요건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징계의 수위와 시기는 회사 규정과 사실 확인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피해자는 회사에 요구할 내용을 '조사·보호'와 '징계'로 나누어 정리하는 것이 실무상 유리합니다.

쟁점: 회사가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할 때 무엇이 문제되는가

설명을 위해 가상의 상황을 하나 설정합니다. 한 회사의 직원 B씨는 상급자에게서 반복적인 성적 언동과 신체 접촉을 겪은 뒤 인사팀에 신고하고, 같은 시기에 수사기관에 강제추행으로 고소했습니다. 인사팀은 "형사 사건이 진행 중이니 회사가 먼저 판단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사와 징계를 보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 사이 B씨는 행위자와 같은 사무실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의 쟁점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정이 사업주의 조사 의무와 피해자 보호 의무를 늦출 근거가 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는 징계 자체를 형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루는 것이 허용되는지, 허용된다면 그동안 피해자에게 어떤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지입니다. 기존 논의는 주로 징계가 끝난 뒤 형사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되는 경우를 다루었지만, 이 글은 그보다 앞선 단계, 즉 회사가 처음부터 형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할 때 피해자가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다룹니다.

판단의 출발점은 회사가 말하는 '보류'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조사 착수 자체를 미루는 것과, 조사는 진행하되 징계 의결만 늦추는 것은 같은 '보류'라는 표현을 쓰더라도 법적 평가가 다릅니다. B씨 사례에서 인사팀의 답변은 조사와 징계를 함께 묶어 보류하겠다는 취지이므로, 피해자는 먼저 두 부분을 나누어 다시 질의하는 것이 확인 절차의 첫 단계가 됩니다.

판단의 근거 ① 사업주 의무는 언제부터 생기는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는 사업주의 의무를 단계별로 정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업주는 신고를 받거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객관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또한 조사 기간 동안 피해를 입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며, 이때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조사 결과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는 경우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을 해야 하고, 행위자에 대해서는 지체 없이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 구조에서 의무의 출발점은 '신고 접수 또는 인지'와 '사내 조사에 의한 사실 확인'이며, 수사기관의 처분이나 법원의 판결은 요건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2021년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조사 의무, 피해자 보호 조치 의무, 행위자 징계 등 조치 의무, 조사 관련 비밀 누설 금지를 위반한 사업주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근로자에게 파면·해고, 부당한 인사, 집단 따돌림 방치 등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 규정도 적용됩니다. 구체적인 조문과 금액은 사건 발생 시점에 시행 중인 법령을 기준으로 다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기준을 B씨 사례에 적용하면, 인사팀에 신고가 접수된 시점에 이미 조사 의무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행위자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정은 조사 기간 중 보호 조치가 필요한지를 판단할 때 고려되는 요소입니다. 다만 보호 조치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는 안 되므로, 회사가 B씨의 뜻을 묻지 않고 B씨를 다른 부서로 옮기는 방식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원하는 조치와 원하지 않는 조치를 먼저 밝혀 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판단의 근거 ② 형사 절차와 사내 절차는 왜 따로 진행되는가

형사 절차는 국가가 형벌을 부과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로, 범죄 구성요건 해당 여부를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합니다. 반면 사내 성희롱 조사와 징계는 근로관계에서의 질서 유지와 피해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며, 성희롱 해당 여부는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와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형사상 범죄에 이르지 않는 성적 언동도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고, 법원도 민사·징계 영역의 증명 정도를 형사 절차와 같게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판단을 기다려야만 회사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회사가 징계 시기를 조절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내 조사만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어렵거나 취업규칙에 형사 사건과 관련한 징계 절차 규정이 있는 경우, 회사가 징계 의결 시점을 늦추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경우에도 조사 자체를 시작하지 않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두 절차의 차이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목적: 형사 절차는 형벌 부과 여부, 사내 절차는 근로관계 내 질서 회복과 피해자 보호입니다.
  • 판단 대상: 형사 절차는 강제추행 등 범죄 구성요건, 사내 절차는 법률과 취업규칙상 성희롱 해당 여부와 징계 사유입니다.
  • 의무 발생 시점: 형사 절차는 고소·수사 개시에 따라 진행되고, 사내 조사 의무는 신고 접수나 인지 시점에 생깁니다.
  • 결과의 상호 구속력: 형사 결과는 사내 판단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으나, 사내 판단을 그대로 결정하는 요건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 보류 가능 범위: 징계 의결 시점은 사정에 따라 조절될 여지가 있지만, 조사 착수와 피해자 보호 조치는 형사 절차와 무관하게 요구됩니다.

확인 절차로는 먼저 회사의 취업규칙과 징계 규정에 형사 사건과 관련된 조항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조항이 있다면 그 내용이 '징계 의결'을 늦출 수 있다고 정한 것인지, '조사' 자체를 보류할 수 있다고 정한 것인지를 구분해 읽어야 합니다. 규정이 징계 의결 시점만 다루고 있는데 회사가 조사까지 멈춘다면, 회사가 근거로 드는 규정의 범위를 넘어선 보류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실무상 의미: 피해자가 요구할 수 있는 것과 준비 목록

회사가 수사 결과를 이유로 대응을 미룬다면, 피해자는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요구 사항을 단계별로 나누어 서면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핵심은 "징계를 지금 당장 하라"는 요구보다 "조사는 언제 시작하는지, 조사 기간 동안 어떤 보호 조치를 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입니다. 조사와 보호 조치는 법이 형사 결과와 연결하지 않은 의무이므로, 회사가 이를 미룰 근거는 상대적으로 좁습니다.

요청 문구는 주장보다 질의 형식으로 쓰는 편이 기록으로 남기기에 적합합니다. 예를 들어 "접수한 신고에 대해 사내 조사 착수 시점과 조사 기간 중 보호 조치 계획을 서면으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처럼 쓰면, 회사의 답변이나 무응답 자체가 이후 절차에서 확인 가능한 자료가 됩니다. 징계에 대해서는 "징계 의결을 늦춘다면 그 근거 규정과 예정 시점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처럼 별도 문장으로 나누어 묻는 것이 좋습니다.

요청과 기록에 활용할 수 있는 준비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신고 일자와 신고 방식(이메일, 신고서, 면담)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보관합니다.
  • 회사가 "수사 결과 이후 판단"이라고 답한 내용을 서면이나 이메일로 받아 둡니다.
  • 사내 조사 착수 시점, 조사 담당자, 예상 기간을 서면으로 질의합니다.
  • 조사 기간 중 원하는 보호 조치(행위자와의 공간 분리,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등)를 구체적으로 적어 요청하고, 원하지 않는 조치도 함께 밝힙니다.
  • 형사 절차에 제출한 진술과 사내 조사 진술이 시점·장소·행위 내용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사건 경위를 날짜순으로 정리합니다.
  • 신고 이후 업무 배제, 평가 불이익, 따돌림 등 변화가 있으면 날짜와 내용을 기록합니다.
  • 사내 조사 결과가 나오면 징계 전에 피해자 의견을 듣는 절차가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유의점

회사가 사내 조사 결과 성희롱을 인정해 징계를 하더라도, 이후 형사 절차에서 무혐의나 무죄가 나오면 행위자가 징계의 효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해자에게도 사내 조사가 충실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며, 증거와 진술을 사내 절차에 성실히 제출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판단의 안정성을 높입니다. 또한 수사기관에 제출한 자료를 회사에 그대로 넘기는 경우 제3자의 개인정보나 수사 진행 상황이 노출될 수 있으므로, 제출 범위를 미리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자는 형사 절차와 사내 절차에서 같은 사실을 여러 차례 진술하게 됩니다. 사내 조사 단계에서 조사 담당자에게 진술 내용의 비밀 유지 방법과 조사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확인해 두면, 신고 사실이 불필요하게 퍼지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조사 과정에서 행위자와 대면 조사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뜻도 미리 밝혀 두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 대응이 계속 지연되거나 불리한 처우가 의심된다면 외부 상담을 받아 절차를 점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법률상담과 소송 지원 안내를 제공하고 있으며, 여성가족부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에 관한 정책 자료와 안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정리한 것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 회사 규정, 사건 당시 시행 법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