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 소액사건심판법 제5조의2는 소액사건 절차를 적용받으려고 하나의 금전채권을 나누어 그 일부만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며, 이를 어긴 소는 판결로 각하하도록 정합니다. 소액사건인지는 소를 제기한 때의 소송목적의 값이 3,000만원을 넘는지로 판단하며, 원금과 함께 청구하는 이자·지연손해금은 이 값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원금이 이미 3,000만원을 넘는 채권은 나누어 청구해도 소액사건이 되기 어렵고, 처음부터 일반 민사사건으로 준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설명을 위해 가상의 상황을 하나 정합니다. 납품업을 하는 개인사업자가 거래처에서 물품대금 원금 3,400만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 사업자는 변호사 없이 직접 소송을 하려고 하며, 소액사건 절차가 간편하다는 말을 듣고 3,000만원만 먼저 청구하고 나머지 400만원은 나중에 따로 청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이행권고결정 이후의 진행 단계를 다루지 않습니다. 소를 내기 전에 정해야 하는 문제, 곧 이 청구가 소액사건이 될 수 있는지와 금액을 어떻게 셈하는지만 다룹니다. 특정 판결을 요약하는 글이 아니라 조문을 기준으로 정리한 글이라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쟁점
첫 번째 쟁점은 하나의 채권을 나누어 3,000만원 이하만 청구하면 소액사건 절차를 쓸 수 있는지입니다. 소액사건 절차에는 구술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점, 이행권고결정 제도, 가족이 법원 허가 없이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 점 같은 특례가 있습니다. 혼자 소송을 하려는 채권자는 이 특례를 쓰려고 금액을 3,000만원 아래로 맞추고 싶어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쟁점은 3,000만원이라는 기준선을 어떤 금액으로 재는지입니다. 원금만 보는지, 지금까지 쌓인 지연손해금까지 더하는지, 같은 상대방에게 받을 채권이 여러 개일 때 합하는지에 따라 같은 사건이 소액사건이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위 사업자의 경우 원금 3,400만원에 지연손해금이 붙어 있으므로 두 쟁점이 함께 문제됩니다.
두 쟁점은 살펴보는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청구하려는 돈이 하나의 채권인지 여러 개의 채권인지를 가리고, 다음으로 그 원금을 기준으로 소송목적의 값을 셈한 뒤, 마지막으로 3,000만원 이하로 맞춘 청구가 소액사건 절차를 적용받으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인지를 봅니다. 이 순서를 거꾸로 밟아 금액부터 맞추면 앞 단계의 문제가 뒤늦게 드러나 소가 각하될 수 있으므로, 사업자는 계약 관계를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판단의 근거
소액사건의 범위는 소액사건심판규칙 제1조의2가 정합니다. 제소한 때의 소송목적의 값이 3,000만원을 넘지 않는 금전, 그 밖의 대체물이나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제1심 민사사건이 대상입니다. 이 금액은 2017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규칙 개정으로 종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다만 소를 변경해 소액사건에 해당하지 않게 된 사건이나, 반소 제기·변론 병합 등으로 소액사건이 아닌 사건과 함께 심리하게 된 사건은 소액사건에서 제외됩니다.
일부청구 제한은 소액사건심판법 제5조의2에 있습니다. 제1항은 채권자가 이 법의 적용을 받을 목적으로 청구를 분할하여 그 일부만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제2항은 이를 위반한 소를 판결로 각하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각하는 청구 내용을 심리하지 않고 소를 물리치는 판단이므로, 채권자는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도 대금을 받는 판결을 얻지 못하게 됩니다.
금액을 재는 방법은 민사소송법 제27조가 정합니다. 하나의 소로 여러 청구를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그 값을 합산합니다. 반면 과실·손해배상·위약금 또는 비용의 청구가 소송의 부대목적이 될 때에는 그 값을 소송목적의 값에 넣지 않습니다. 원금과 함께 청구하는 이자나 지연손해금이 여기에 해당하므로, 기준선은 사실상 원금으로 판단됩니다.
세 조문은 역할이 나뉩니다. 규칙 제1조의2는 어떤 사건이 소액사건인지 범위를 정하고, 민사소송법 제27조는 그 범위를 재는 계산 방법을 정하며, 소액사건심판법 제5조의2는 계산 결과를 인위적으로 맞추는 행위를 막습니다. 따라서 한 조문만 보고 판단하면 결론이 어긋날 수 있습니다. 원금을 3,000만원 아래로 맞추었더라도 하나의 채권을 쪼갠 결과라면 제5조의2에 걸리고, 분할이 없더라도 여러 청구를 한 소장에 모으면 제27조의 합산으로 기준을 넘을 수 있습니다.
실무상 의미
위 기준을 사업자의 상황에 대입하면 결론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원금 3,400만원짜리 물품대금채권은 하나의 채권이며, 이 중 3,000만원만 떼어 청구하는 것은 조문이 금지하는 분할청구에 해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원금이 2,900만원이고 지연손해금이 쌓여 합계가 3,000만원을 넘는 경우에는 지연손해금이 소송목적의 값에서 빠지므로 소액사건으로 다뤄집니다. 아래 비교는 두 절차의 차이를 조문 기준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 대상 금액: 소액사건은 제소 시 소송목적의 값이 3,000만원 이하인 금전 등 지급청구이며, 이를 넘으면 일반 민사사건으로 진행됩니다.
- 소 제기 방식: 소액사건은 법원에 출석해 구술로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소액사건심판법 제4조), 일반 사건은 소장을 제출하는 방식이 원칙입니다.
- 이행권고결정: 소액사건에서는 법원이 이행권고결정을 할 수 있으며(같은 법 제5조의3), 일반 사건에는 이 제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 가족의 소송대리: 소액사건에서는 당사자의 배우자·직계혈족·형제자매가 법원 허가 없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으며(같은 법 제8조), 일반 사건에서는 이 특례가 없습니다.
- 심리와 판결서: 소액사건은 되도록 한 번의 변론기일로 심리를 마치도록 하고 판결서에 이유 기재를 생략할 수 있으며(같은 법 제7조, 제11조의2), 일반 사건은 통상의 절차를 따릅니다.
- 상고: 소액사건은 헌법 위반 여부 판단이 부당하거나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는 판단을 한 경우 등으로 상고 사유가 제한되며(같은 법 제3조), 일반 사건은 이런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소를 내기 전에 다음 항목을 점검하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 청구 금액에서 원금과 이자·지연손해금을 나누어 적고, 원금만으로 3,000만원을 넘는지 확인합니다.
- 같은 상대방에게 받을 돈이 하나의 계약에서 나온 것인지, 서로 다른 계약에서 나온 것인지 계약서와 거래명세서로 구분합니다.
- 여러 채권을 한 소장에 함께 적을 경우 원금이 합산된다는 점을 반영해 다시 계산합니다.
- 원금이 3,000만원을 넘는다면 금액을 줄이지 말고 일반 민사사건으로 준비하며, 필요한 증거를 처음부터 갖춥니다.
점검 결과를 소장에 옮길 때에는 청구취지에서 원금과 지연손해금을 나누어 적는 것이 좋습니다. 사업자가 원금 3,400만원 전부와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함께 청구하면, 소송목적의 값은 원금 3,400만원으로 정해지고 지연손해금은 부대청구로서 따로 셈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처음부터 일반 민사사건으로 전액을 청구하면 나머지 400만원을 위해 소를 한 번 더 낼 필요가 없어, 분할청구 문제와 두 번 소송하는 부담을 함께 덜 수 있습니다.
유의점
첫째, 분할 금지는 소액사건 절차를 적용받으려는 목적을 요건으로 합니다. 그 목적이 있었는지는 법원이 채권의 내용과 청구 경위를 보고 판단하므로, 청구서에 다른 이유를 적는다고 해서 결과가 정해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나머지 금액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경우의 처리도 사안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이 글에서 일률적인 결론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둘째, 서로 다른 계약에서 생긴 별개의 채권을 각각 따로 청구하는 것은 하나의 채권을 쪼개는 것과 구조가 다릅니다. 다만 실질적으로 하나의 거래를 여러 건으로 나눈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면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계약서와 거래 기록으로 채권이 별개라는 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기준 시점이 제소한 때이므로, 3,000만원을 넘는 금액으로 소를 낸 뒤 청구를 줄여도 소액사건으로 바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셋째, 처음에 소액사건으로 적법하게 시작했더라도 상대방이 반소를 제기하거나 소액사건이 아닌 사건과 변론이 병합되면 소액사건에서 제외됩니다. 이 경우 한 번의 변론기일로 마치는 진행이나 판결 이유 생략 같은 특례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증거 준비를 줄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품대금이라면 계약서, 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 독촉 기록처럼 납품 사실과 미지급 사실을 보여 주는 자료를 처음부터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넷째, 실제 접수 단계의 안내는 공식 창구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법원 전자소송에서는 소장을 전자적으로 작성·제출하는 절차와 사건 유형별 제출 안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액사건 제도와 법원 이용 방법에 관한 일반 안내는 대법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금액 기준이 개정될 수 있으므로 소를 내는 시점의 기준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은 조문에 따른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채권 금액이 기준선 가까이에 있거나 채권이 하나인지 여러 개인지 다툼이 예상되면, 소를 내기 전에 법원 안내 창구나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사건 구조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