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 고소장 일부가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려져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무고죄의 허위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판례는 신고 사실의 핵심이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지, 또는 일부 허위가 고소 사실 전체의 성질을 바꿀 정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 왔습니다. 맞고소를 검토하는 분은 틀린 부분이 있는지보다 그 부분이 처벌 여부와 무게를 바꾸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쟁점
이 글은 지인이나 거래 상대방에게 고소를 당한 분을 위해 정리했습니다. 고소장을 열람하거나 조사 과정에서 고소 내용을 듣고 그 가운데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말다툼 중 어깨를 한 차례 밀친 일이 있었는데 고소장에는 여러 차례 때렸다고 적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빌린 돈 일부를 갚지 못한 것은 맞는데 처음부터 갚을 생각 없이 속였다고 적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공통으로 묻는 질문은 "고소장에 거짓이 섞여 있으니 무고죄로 맞고소할 수 있습니까"입니다.
허위성 판단에서 보는 사정을 다룬 기존 글은 대체로 고소 내용 전체가 지어낸 것인지를 전제로 했습니다. 그래서 객관적 증거, 진술의 일관성, 동기 같은 일반 요소를 나열했습니다. 이 글은 범위를 좁혀, 사실의 뼈대는 존재하지만 일부가 다르거나 과장된 경우에 허위성이 어디까지 인정되는지를 다룹니다. 이 구분은 맞고소 여부를 정하는 단계에서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사항입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맞고소가 기대와 다른 결론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무고죄에서 다투어지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지라는 허위성이고, 다른 하나는 신고자가 그 허위를 인식했는지라는 주관적 요소입니다. 이 글은 앞의 요소를 중심으로 다루되, 일부 허위 사안에서는 두 요소가 함께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인식 문제도 필요한 범위에서 살핍니다. 또 검토 대상은 고소장 문면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고소 이후 수사기관에서 보충하여 진술한 내용도 신고 내용의 범위로 함께 검토될 수 있으므로, 고소장과 조사 과정의 진술을 나란히 놓고 보아야 합니다.
판단의 근거
무고죄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는 형법 제156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타인이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면 성립하며,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서 허위의 사실은 신고자의 기억이나 주관이 아니라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뜻합니다. 신고자는 그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그 인식은 확정적일 필요가 없고 미필적 인식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일부 허위에 관해 판례는 두 갈래의 기준을 제시해 왔습니다. 첫째, 신고한 사실의 핵심 또는 중요한 내용이 허위여야 무고죄가 성립합니다. 진실한 사실에 정황을 과장한 데 불과하면 무고죄가 되지 않습니다. 둘째, 일부 허위 부분이 고소 사실 전체의 성질을 바꿀 정도이면 그 부분만으로도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형사사법 작용을 그르치거나, 부당하게 처벌받지 않을 개인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판단의 축은 허위 부분이 범죄의 성립 여부, 적용 죄명, 처벌의 무게를 바꾸는지에 놓입니다.
허위 여부는 개별 단어나 표현을 떼어 내어 보지 않고 신고 내용 전체의 취지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고소장 한 문장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전체 취지에 비추어 처벌을 구하는 사실의 골격이 진실이라면 허위 신고로 평가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문장마다 일부 진실이 섞여 있더라도 이를 엮어 실제와 다른 범죄 사실을 만들어 냈다면 전체로서 허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확인 방법으로는 고소장을 끝까지 읽은 뒤 고소인이 처벌을 구하는 사실을 한두 문장으로 요약하고, 그 요약이 실제와 일치하는지를 먼저 따져 보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 기준과 함께 검토되는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허위성은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고소 사실이 진실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소극적 사정만으로는 허위 신고로 단정되지 않습니다.
- 사실관계는 그대로 적고 법률적 평가나 죄명만 잘못 붙인 경우는 허위 사실의 신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고소인이 죄명을 달리 적었다는 사정만으로 무고가 되지는 않습니다.
- 신고 내용이 허위이더라도 그 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면 형사처분을 받을 위험이 없으므로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핵심 허위와 정황 과장의 비교
아래는 판례의 기준을 이해하기 쉽게 하려고 구성한 가정 예시입니다. 실제 사건의 결론을 옮긴 것이 아니며, 개별 사건에서는 증거와 경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폭행의 횟수와 강도: 실제로는 한 차례 밀쳤는데 고소장에 여러 차례 밀쳤다고 적었다면 폭행이라는 핵심은 진실입니다. 횟수와 강도의 차이는 정황 과장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그러나 없던 흉기를 들고 위협했다고 덧붙였다면 더 무거운 범죄로 성질이 바뀌므로, 그 부분이 핵심 허위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 차용금 미변제와 편취 의사: 일부를 갚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처음부터 속였다는 기재는 고소인의 평가나 추측에 가까운 부분입니다. 고소인이 그렇게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허위에 대한 인식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이미 전액을 돌려받은 사실을 알면서 숨기고 고소했다면 핵심 허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 피해 금액의 차이: 범죄 성립에 영향이 없는 범위의 금액 차이는 정황 과장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부풀린 금액 때문에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되는 구간으로 넘어간다면 고소 사실의 성질이 바뀌었는지가 검토됩니다.
- 사건 자체의 부존재: 만난 사실이 없는 날짜에 있었던 일이라고 신고하거나, 다른 사람의 행위를 특정인의 행위로 바꾸어 신고한 경우는 신고 사실의 뼈대가 허위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예시를 실제 사안에 적용할 때는 세 가지 질문을 순서대로 던져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첫째, 사실과 다른 부분을 지워도 범죄가 성립하는지 묻습니다. 둘째, 그 부분 때문에 적용 죄명이나 가중 여부가 달라지는지 묻습니다. 셋째, 고소인이 신고 당시 그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알았는지 묻습니다. 첫째 질문에 성립한다는 답이 나오고 둘째 질문에 달라지지 않는다는 답이 나오면 정황 과장에 가깝습니다. 둘째 질문에서 차이가 확인되고 셋째 질문까지 뒷받침되면 핵심 허위로 다툴 여지가 커집니다.
실무상 의미
이 기준에 따르면 맞고소를 준비하는 분은 고소장의 틀린 부분을 모두 모으기보다 처벌을 좌우하는 부분을 골라내야 합니다. 원 고소 사건의 처분 이유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혐의없음 결정이라도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인지, 고소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인지에 따라 무고 사건에서 갖는 의미가 달라집니다. 앞의 경우는 앞서 본 소극적 증명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고소·고발 절차와 처리 과정에 관한 일반 안내는 대검찰청 누리집의 민원 안내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맞고소 전에 정리해 두면 좋은 준비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고소장 문장을 사실 부분과 평가·추측 부분으로 나누어 표시합니다.
- 사실과 다른 부분마다 그 차이가 죄의 성립, 죄명, 형의 무게 가운데 무엇을 바꾸는지 적어 둡니다.
- 허위를 적극적으로 보여 줄 객관 자료를 모읍니다. 출입 기록, 계좌 거래 내역, 메시지, 영상처럼 작성 시점이 확인되는 자료가 해당됩니다.
- 고소인이 신고 당시 그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정황을 따로 정리합니다.
- 원 고소 사건의 불기소 결정서나 판결문에서 판단 이유가 적힌 부분을 확인합니다.
준비한 자료는 맞고소장에서 고소장의 해당 문장을 그대로 인용하고, 그 옆에 반대되는 객관 자료를 대응시키는 방식으로 정리하면 수사기관이 쟁점을 파악하기 쉽습니다. 예컨대 여러 차례 때렸다는 문장에는 현장 영상의 해당 장면을,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다는 문장에는 일부 변제가 이루어진 계좌 내역을 짝지어 두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문제 된 기재가 정황 과장에 그치는지, 처벌의 무게를 바꾸는 부분인지가 자료 단위로 드러납니다. 원 고소 사건이 아직 진행 중이라면 그 결과가 무고 사건 판단에 고려될 수 있으므로 맞고소 시점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의점
맞고소장을 작성할 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상대방 고소의 핵심 부분이 진실인데 고소 내용 전부가 지어낸 것이라고 신고하면, 맞고소인 자신의 신고가 허위인지 다시 검토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맞고소장에는 어느 부분이 어떤 자료에 비추어 허위인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감정이 섞인 표현이나 확인되지 않은 추측을 사실처럼 적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무고죄는 허위 사실을 담은 신고가 수사기관 등에 도달한 때에 완성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따라서 고소인이 뒤늦게 고소를 취소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더라도 이미 성립한 무고죄가 소멸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피고소인 입장에서는 고소 취소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허위성이 증명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취소의 이유는 합의, 관계 회복, 절차 부담 등 여러 가지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고죄를 범한 사람이 신고한 사건의 재판이 확정되거나 징계처분이 내려지기 전에 자백하거나 자수하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규정도 형법에 있습니다. 이 규정은 고소인 쪽이 사실과 다른 부분을 바로잡을 여지와도 관련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리를 정리한 것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을 단정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증거 자료를 갖추어 변호사와 상담하고 판단하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