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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폭행·협박 없이 상급자에게 추행당했다면 강제추행이 아닌 어느 조문으로 판단되나요: 위력에 의한 추행 규정의 적용 범위

요지: 직장 상급자가 폭행이나 협박 없이 지위를 이용해 추행했다면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먼저 검토 대상이 됩니다. 위력에 의한 추행을 따로 둔 이유는 거절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관계에서는 물리적 강제가 없어도 성적 자기결정이 실제로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피해자는 「때리거나 위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보다, 관계와 지위가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쟁점

이 글의 독자는 회식 자리나 업무 공간에서 팀장, 대표, 지도교수처럼 평가와 인사에 영향력을 가진 사람에게 신체 접촉을 당했지만 밀치거나 위협하는 말은 없었던 피해자, 그리고 그 신고를 처음 접수한 인사 담당자입니다. 이 경우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는데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지, 된다면 어떤 조문이 적용되는지입니다. 이 글은 위력에 의한 추행 규정의 필요성을 개념으로만 설명하지 않고, 한 사건을 놓고 어떤 조문이 어떤 순서로 검토되는지와 그 판단을 위해 무엇을 정리해 두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쟁점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행위자의 행동이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이고, 둘째는 그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두 사람 사이에 보호·감독 관계가 있었고 그 관계에서 나온 위력이 쓰였는지 여부입니다. 두 쟁점은 따로 검토되며, 첫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해서 둘째 검토가 생략되지는 않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상황을 하나 가정합니다. 계약 갱신을 앞둔 직원에게 팀장이 회식이 끝난 뒤 단둘이 남은 자리에서 어깨와 허리를 감싸 안았고, 직원이 몸을 빼려 하자 별다른 말 없이 웃어넘긴 경우입니다. 이 장면에서 붙잡거나 끌어당기는 동작이 있었는지는 첫째 쟁점의 문제이고, 팀장이 그 직원의 계약 갱신 평가에 관여하는 지위였는지는 둘째 쟁점의 문제입니다. 하나의 장면이라도 행위의 모습과 두 사람의 관계를 나누어 기록해야 두 쟁점이 각각 검토될 수 있습니다.

판단의 근거

조문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이 법정형은 개정 이후의 기준이므로 행위 시점이 오래된 사건이라면 조문 연혁을 함께 열람해 당시 시행 조문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법원은 위력을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 보고, 그 세력이 유형적인지 무형적인지는 묻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폭행이나 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경우도 위력에 포함될 수 있으며,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실제로 제압되었는지까지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위력을 행사했는지는 행위자의 지위, 두 사람의 관계, 피해자가 처한 상황, 행위의 경위 등을 함께 살펴 판단합니다.

이 기준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분명한 거절 의사를 밝히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위력이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검토의 초점은 피해자가 왜 거절하기 어려웠는지, 그 어려움이 행위자의 지위와 관계에서 비롯되었는지에 놓입니다. 한편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에 대해서도 판례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까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방향으로 변경되었으므로, 두 조문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무상 의미: 조문별 비교

같은 사건이라도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검토 대상 조문이 달라집니다. 아래 비교는 조문 문언을 기준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 수단은 폭행 또는 협박이며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묻지 않습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 특례법 제10조 제1항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수단은 위계 또는 위력이며, 피해자가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행위자의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 형법 제302조 미성년자 등에 대한 추행: 수단은 위계 또는 위력이며, 피해자가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여야 합니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비교에서 보듯 위력에 의한 추행은 수단 요건을 넓히는 대신 관계 요건을 더하는 구조입니다. 입법자가 이 규정을 따로 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거절이 곧 평가, 계약 연장, 승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에서는 행위자가 힘을 쓰지 않아도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렵고, 강제추행의 수단 요건만으로는 이런 행위를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관계 요건이 인정되지 않으면 이 조문은 적용될 수 없으므로, 신고 단계에서는 관계에 관한 자료가 행위 자체에 관한 자료만큼 중요합니다.

앞의 가상 상황에 비교표를 적용하면 검토 순서가 드러납니다. 팀장이 계약 갱신 평가에 관여했다면 관계 요건이 문제 되므로 특례법 제10조가 검토되고, 끌어당기는 등의 유형력이 있었다면 형법 제298조도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행위자가 평가 권한이 없는 같은 직급 동료였다면 관계 요건 충족이 어려워져 검토의 중심이 강제추행으로 옮겨집니다. 피해자가 미성년 아르바이트생이었다면 형법 제302조도 검토 범위에 들어옵니다.

신고 전 정리할 사항

관계와 위력을 보여 주는 사실은 기억에만 의존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집니다. 아래 항목은 조문의 요건에 맞춰 정리한 준비 목록이며, 특정 결론을 보장하는 자료는 아닙니다.

  • 행위자의 직위와 피해자에 대한 평가·인사·업무 배정 권한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 고용 형태, 계약 기간, 수습 여부처럼 피해자가 불이익에 취약했던 사정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 행위 직전과 직후에 오간 메시지, 업무 지시, 자리 배치 등 경위를 보여 주는 기록입니다.
  • 행위 이후 피해자가 거절하거나 문제를 제기했을 때 달라진 대우가 있었다면 그 내용입니다.
  • 같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나 사건 직후 피해 사실을 들은 사람의 명단입니다.

자료를 모을 때는 형태보다 확인 가능성이 중요합니다. 메시지는 원본을 지우지 않은 상태로 두고, 화면을 저장할 때는 발신자와 날짜가 함께 보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억에 의존한 메모는 작성한 날짜를 적어 두고, 나중에 내용을 덧붙일 때도 원래 기록을 고치지 않고 추가한 날짜를 따로 표시하면 기록의 신빙성을 설명하기 쉽습니다. 인사 담당자라면 신고를 접수한 일시와 처리 경과를 별도로 남겨 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서 도움이 됩니다.

형사 절차와 별개로 직장 내 조치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형사상 추행과 직장 내 성희롱이 어떻게 다르게 다뤄지는지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사 절차와 피해자 지원 제도에 관한 일반 안내는 법무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의점

첫째, 보호·감독 관계는 직제상 직속 상관에 한정해서 볼 것이 아닙니다. 조문은 업무, 고용 외에 그 밖의 관계를 함께 적고 있으므로, 사실상 업무를 지휘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관계가 인정되는지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되므로 직함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둘째, 위력에 의한 추행 규정이 있다고 해서 강제추행 검토가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행위 자체에 불법한 유형력이 있었다면 강제추행이 문제 될 수 있고,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사실관계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피해자가 처음부터 적용 조문을 정해 두고 그에 맞춰 진술을 정리하면 오히려 경위 설명이 부자연스러워질 수 있으므로, 있었던 사실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직장 내 조치의 결론과 형사 절차의 결론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두 절차는 판단 기준과 목적이 다르므로, 한쪽 결과만 보고 다른 쪽의 결과를 예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글은 조문 문언과 일반적으로 알려진 판례 법리를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법정형과 조문 내용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행위 시점의 시행 조문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사건은 전문가와 상담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