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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정신적 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깨어 있었고 뚜렷이 저항하지 않았다면 준강간의 항거불능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됩니까

요지: 피해자에게 정신적 장애가 있고 사건 당시 깨어 있었다면, 판단의 중심은 형법 제299조의 심신상실·항거불능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의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으로 옮겨 갑니다. 이 조항은 반항이 불가능한 상태뿐 아니라 반항이 곤란한 상태까지 포함하므로, 피해자가 분명하게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범죄 성립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장애의 정도, 당사자 사이의 관계, 행위에 이른 경위, 당시 상황을 함께 보고 판단하며, 장애인 등록 여부 하나로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쟁점

이 글은 지적장애나 정신장애가 있는 가족이 성범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의심되어 고소를 준비하는 보호자를 위해 정리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보호자가 먼저 듣게 되는 반론은 대체로 같습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하거나 잠든 것도 아니고 의식이 또렷했으며, 소리를 지르거나 밀쳐 내지도 않았으니 항거불능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기존에 다루어진 글들은 주로 만취·수면처럼 의식이 흐려진 경우의 심신상실을 설명했기 때문에, 의식은 있으나 판단과 대응 능력에 제약이 있는 피해자의 경우를 따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쟁점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깨어 있는 피해자에게 어느 조문의 어떤 상태 요건이 적용되는가입니다. 둘째는 그 상태를 판단할 때 법원이 무엇을 근거로 삼는가입니다. 형법 제299조만 놓고 보면 '항거불능'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피해자의 장애가 원인이 된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이 별도의 요건을 두고 있어 판단의 틀이 달라집니다.

적용 예시로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할 수 있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성인 피해자가 평소 다니던 기관에서 알게 된 사람의 요구에 따라 그의 집에 갔고, 행위 과정에서 울거나 소리치지 않았으며, 이후 보호자에게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만 말한 경우입니다. 이 상황에서 행위자 측은 피해자가 스스로 따라왔고 거부 표시가 없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보호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피해자가 거부했는지가 아니라, 피해자가 그 요구의 의미를 이해하고 거절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 그리고 행위자가 그 한계를 알고 있었는지입니다.

판단의 근거

형법 제299조의 심신상실은 정신기능의 장애로 성적 행위에 관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고,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말한다는 것이 판례가 정리해 온 해석입니다. 의식이 있는 피해자는 심신상실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를 따로 처벌합니다. '항거곤란'이 요건에 명시되어 있으므로 반항이 완전히 불가능한 상태까지 입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법원은 이 항거곤란 여부를 피해자의 장애 정도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피해자와 행위자의 관계, 행위자가 한 말과 행동, 범행 장소와 시간, 피해자가 그 상황을 이해하고 거절 의사를 표현할 능력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 왔습니다. 겉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성적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이 부족했다면 항거곤란으로 볼 여지가 생깁니다. 또한 '장애가 있는 사람'인지는 장애인 등록 여부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장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지를 실질적으로 본다는 취지로 판단되어 왔습니다.

다만 두 가지 요건이 함께 갖추어져야 합니다. 하나는 항거곤란 상태가 장애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는 인과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행위자가 피해자의 장애와 그로 인한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형법과 성폭력처벌법은 법무부 소관 법률이므로, 사건 시점에 적용되는 조문의 내용과 개정 이력은 해당 기관이 제공하는 법령 자료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러한 판단은 세 단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피해자에게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었는지와 그 정도를 확인합니다. 다음으로 그 장애가 행위 당시 상황을 이해하고 거절하거나 자리를 피하는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봅니다. 마지막으로 행위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고 그 상태를 이용했는지를 살핍니다. 앞의 두 단계는 피해자 쪽 사정이고 마지막 단계는 행위자 쪽 인식의 문제이므로, 피해자에 관한 자료만으로는 판단이 완결되지 않습니다. 또한 항거곤란 여부는 평소의 일반적인 능력이 아니라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낯선 장소였는지, 단둘이 있었는지, 도움을 청할 방법이 있었는지도 함께 고려됩니다.

실무상 의미

같은 사건도 어느 조문으로 검토되느냐에 따라 입증해야 할 상태와 법정형이 달라집니다. 보호자가 상담 전에 구분해 둘 수 있도록 주요 조문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형법 제299조(준강간): 요구되는 상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입니다. 피해자의 장애가 전제되지 않으며, 법정형은 강간죄의 예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 요구되는 상태는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입니다. 간음의 경우 같은 조 제1항의 예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됩니다.
  •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5항: 항거곤란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한 경우에 검토되며, 법정형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 형법 제302조: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 또는 추행한 경우에 검토되며,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이 비교에서 드러나듯,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형법 제299조의 항거불능을 다투는 데에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의 항거곤란이나 제5항의 위계·위력 판단에서는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행위자가 피해자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보호·고용·돌봄 관계였는지, 선물이나 거짓 약속으로 상황을 만들었는지가 판단의 핵심 자료가 됩니다. 수사 단계의 처분과 피해자 지원에 관한 검찰 절차는 대검찰청이 안내하는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피해자 진술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조력도 그 안내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보호자가 미리 정리해 두면 판단에 쓰일 수 있는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장애 진단서, 학교·복지기관의 상담 기록처럼 평소 인지·의사소통 수준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 피해자가 사건 전후에 보인 행동 변화와 그것을 처음 알게 된 경위를 날짜순으로 적은 메모입니다.
  • 행위자와 주고받은 메시지, 통화 기록처럼 두 사람의 관계와 접근 방식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 행위자가 피해자의 장애를 알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정황, 예를 들어 같은 기관 종사자였다는 사실 등입니다.

자료를 정리할 때에는 원본을 보존하는 일을 우선합니다. 메시지는 화면 캡처와 함께 원래 기기를 그대로 보관하고, 상대방의 이름·연락처와 보낸 시각이 함께 보이도록 남겨 두는 편이 확인에 유리합니다. 진단서나 상담 기록은 사건 이전에 작성된 것이 평소 상태를 보여 주는 자료로서 의미가 크며, 사건 이후 새로 받은 평가는 피해의 영향을 보여 주는 자료로 구분하여 정리합니다. 앞의 예시처럼 행위자가 같은 기관에서 피해자를 알게 된 경우라면, 행위자가 피해자의 장애 특성을 알 수 있었던 위치였다는 점이 이용 여부 판단과 직결되므로 그 관계를 보여 주는 자료를 따로 묶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유의점

첫째,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지므로, 법원은 피해자가 그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는지를 개별적으로 봅니다. 이 때문에 장애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는 항거곤란이 부정되고 위계·위력 조항이나 형법 제302조가 검토되는 등 결론이 사건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느 조문이 적용될지는 수사와 재판을 거쳐 정해지는 문제이며, 이 글의 비교는 판단의 틀을 설명하는 일반 정보입니다.

둘째, 피해자 진술의 형태가 일반 사건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정신적 장애가 있는 피해자는 시간 순서나 세부 사항을 정확히 말하지 못하거나 질문 방식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원은 진술의 세부가 흔들린다는 이유만으로 신빙성을 곧바로 부정하지 않고, 장애 특성을 고려하여 핵심 내용이 일관되는지를 살핍니다. 보호자가 피해자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답을 유도하면 이후 진술의 신빙성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처음 들은 내용은 그대로 기록해 두고 추가 질문은 수사기관 절차에 맡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진술 절차에는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피해자는 조사 과정에서 진술조력인의 참여를 요청할 수 있고, 보호자 등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동석이나 진술 영상녹화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요건과 신청 방법은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기관에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첫 조사 전에 피해자의 의사소통 방식, 예를 들어 짧은 문장이 편한지, 그림이나 몸짓을 함께 쓰는지를 미리 알려 두면 조사 방식을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넷째, 이 글은 특정 사건의 결론을 예측하지 않으며, 법정형과 요건은 사건 발생 시점의 법률을 기준으로 적용됩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 조문과 입증 방법이 달라지므로, 고소 전에 위 자료를 지참하여 성범죄 사건을 다루는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