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 성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피의자는 피의자신문조서에 서명하거나 날인하기 전에 조서 전체를 직접 열람하거나 읽어 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진술과 다르게 적힌 부분은 추가·삭제·변경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청구된 내용을 조서에 덧붙여 적어야 하며, 피의자가 이의가 없다고 밝히기 전에는 서명을 받는 절차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이 글은 조사를 마친 직후 조서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무엇을 어떤 순서로 살펴야 하는지를 법령상 기준에 따라 정리합니다.
쟁점
이 글은 회식 자리에서 생긴 신체 접촉 문제로 고소를 당해 처음으로 경찰서에 출석한 직장인을 독자로 가정합니다. 실제 사건이 아니라 설명을 위해 설정한 상황입니다. 이 독자는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정도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몇 시간에 걸친 신문이 끝난 뒤 수사관이 출력한 조서를 건네며 확인하고 서명해 달라고 하는 순간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수사 단계 방어권을 다룬 기존 글은 대체로 권리의 종류를 나열하는 데 그쳤고, 이처럼 조사가 끝나고 서명하기 직전의 단계는 따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 단계에서 따져 볼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조서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하겠다고 요구할 수 있는지입니다. 둘째, 진술과 다르게 적힌 부분을 어떤 절차로 바로잡는지입니다. 셋째, 수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서명을 미루거나 거부하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입니다. 성범죄 사건은 목격자나 영상 같은 객관적 자료가 부족해 당사자 진술의 비중이 큰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동하다가 손이 닿았다"는 진술이 "손으로 만졌다"로 요약되어 적히면 행위의 고의를 판단하는 데 쓰이는 문장의 뜻이 달라집니다. 이런 표현 차이가 이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으면 나중에 바로잡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이 단계를 별도의 쟁점으로 보는 이유는 확인 작업이 이루어지는 시점의 조건에 있습니다. 긴 신문을 마친 피의자는 피로가 쌓여 있고, 조사를 빨리 끝내고 싶다는 심리 때문에 조서를 대강 넘겨보고 서명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법령은 확인 단계를 신문에 딸린 형식 절차가 아니라 조서가 완성되기 위한 요건으로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단계의 판단 기준은 수사관의 요약 설명이 아니라 본인이 실제로 한 말과 기억입니다. 조서의 문장이 그 기억과 같은 뜻인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확인이 형식에 그치지 않습니다.
판단의 근거
형사절차를 정한 법률은 피의자의 진술을 조서에 적은 뒤 피의자에게 열람하게 하거나 읽어 들려주도록 하고, 진술한 대로 적히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는지를 묻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피의자가 내용을 더하거나 빼거나 바꿔 달라고 청구하면 수사기관은 그 진술을 조서에 추가로 적어야 합니다. 피의자가 이의를 제기한 부분은 지우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상태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피의자가 이의가 없다고 말하면 그 취지를 피의자가 직접 손으로 적게 하고, 조서의 각 장 사이에 간인을 한 뒤 기명날인하거나 서명하게 합니다. 열람과 낭독은 피의자가 선택할 수 있으므로, 눈으로 읽기 어려울 만큼 지쳐 있다면 읽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의 부분을 지우지 않고 남기도록 한 취지는 조서가 어떤 과정을 거쳐 확정되었는지를 나중에 확인할 수 있게 하려는 데 있습니다. 피의자로서는 수정 청구가 받아들여졌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원래 문장과 추가 기재가 함께 남아 어느 부분을 왜 고쳤는지가 드러나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행위 장면을 묘사한 문장에 대해 "그런 취지로 말하지 않았습니다"라는 이의가 조서 끝부분에 따로 적혔다면, 그 이의가 어느 문답을 가리키는지 쪽수나 질문 내용으로 특정되어 있어야 나중에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조서와 함께 확인해야 할 기록도 있습니다. 신문을 시작하기 전에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알려 주었는지, 그리고 피의자가 어떻게 답했는지가 조서에 적혀야 합니다. 조사 장소에 도착한 시각, 신문을 시작하고 마친 시각, 중간에 조사를 멈춘 사정 같은 수사 과정도 기록으로 남깁니다. 변호인이 참여한 경우 변호인은 신문이 끝난 뒤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신문 도중이라도 부당한 신문 방법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조사를 영상으로 녹화했다면 피의자나 변호인은 녹화물을 재생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녹화 내용에 대한 이의는 서면으로 첨부하게 되어 있습니다.
조사 시간에 관해서는 법무부 소관으로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함께 따르는 수사 준칙이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 준칙은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의 심야 조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대기와 휴식 시간을 포함한 총 조사 시간이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정합니다. 또한 조사 도중 2시간마다 10분 이상 쉴 수 있도록 하고, 변호인이 신문에 참여해 메모하는 것을 허용합니다. 다만 피의자가 동의하는 경우 등 예외 사유가 함께 정해져 있으므로, 조서의 시각 기록이 실제 진행과 맞는지 확인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실무상 의미
2022년부터 시행된 개정 규정에 따라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해야만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찰이 작성한 조서는 그 전부터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 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서 확인 단계의 의미가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조서는 사건을 검찰로 넘길지, 기소할지를 판단하는 핵심 자료로 쓰입니다. 재판에서는 법정 진술이 수사 단계 진술과 얼마나 일관되는지를 따질 때 비교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결국 서명 전 확인은 재판에 가기 전 단계에서 사건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절차입니다.
출석하기 전에는 경찰청 누리집에서 수사 절차와 민원 안내를 미리 확인하고, 담당 수사관에게 출석 일시를 조정할 수 있는지와 변호인이 참여할지를 미리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조사를 마친 뒤에는 아래 목록 순서대로 조서를 확인하면 빠뜨리는 부분을 줄일 수 있습니다.
- 권리 고지 문항과 그에 대한 본인의 답변이 실제로 말한 대로 적혀 있는지 확인합니다.
- 도착 시각, 신문 시작·종료 시각, 휴식과 중단 경위가 실제 진행과 맞는지 대조합니다.
- 행위를 묘사한 동사와 부사(닿았다·만졌다, 잠깐·계속 등)가 본인이 쓴 표현 그대로인지 문장 단위로 읽습니다.
- "예" 또는 "아니오"로만 답한 문항에서 질문의 전제를 본인이 인정한 것처럼 정리되지 않았는지 살핍니다.
-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한 부분이 부인이나 인정으로 바뀌어 적히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 고칠 부분이 있으면 해당 쪽과 문장을 짚어 추가 기재를 청구하고, 원래 문장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지 다시 확인합니다.
- 변호인이 참여했다면 변호인의 의견 진술이 기록되었는지 확인합니다.
- 모든 확인을 마친 뒤에 이의 없음을 자필로 적고, 각 장의 간인과 서명을 진행합니다.
이 목록은 순서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권리 고지와 시각 기록처럼 객관적으로 대조할 수 있는 항목을 먼저 보고, 해석의 여지가 큰 행위 묘사 문장은 그다음에 보는 방식입니다. 적용 예를 들면, 접촉 시점을 묻는 질문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는데 조서에는 시점을 특정한 문장으로 정리되어 있다면 그 문답을 짚어 원래 답변대로 적어 달라고 청구합니다. 수정 내용을 확인한 뒤에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고, 마지막에는 처음부터 한 번 더 넘겨보며 확인하지 않은 쪽이 남아 있지 않은지 살핍니다.
유의점
수정 청구는 실제로 말한 것과 다르게 적힌 부분을 바로잡는 절차입니다. 이미 한 진술을 뒤늦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는 수단으로 쓰면, 원래 기재와 추가 기재가 함께 남는 구조 때문에 오히려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진술 자체를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자리에서 문장을 고치기보다 변호인과 상의한 뒤 추가 진술이나 의견서 제출 같은 별도 절차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법률상 피의자에게 조서에 서명할 의무는 없으며, 내용이 사실과 다른데 수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명이나 날인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거부한 사실과 그 사유가 기록으로 남습니다. 다만 서명을 거부하더라도 조사 과정의 진술은 영상녹화물이나 조사자의 증언 같은 다른 방식으로 재판에서 다투어질 수 있으므로, 서명 거부가 진술의 효과를 모두 없앤다고 보아서는 안 됩니다. 거부를 결정하기 전에 어느 부분이 왜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말해 조서에 적어 두게 하는 편이 나중의 다툼에 도움이 됩니다.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직후에는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확인 결과를 메모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수정을 청구한 문답과 그 결과,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 서명을 미루거나 거부했는지 여부, 조서에 적힌 시각과 실제 진행 사이의 차이를 항목별로 적어 둡니다. 이 메모는 변호인과 상의할 때 어느 부분을 다툴지 정하는 기준이 되고, 추가 조사에 출석할 때 앞선 진술과 어긋나지 않도록 준비하는 자료로도 쓰입니다.
조사를 마친 뒤 사정을 설명하거나 합의를 시도하려고 고소인에게 직접 연락하면 2차 피해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증거를 없애거나 진술을 회유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아 이후 절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절차 기준을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대응은 사건 기록을 검토한 변호인과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적절합니다.